생각의 대국GREAT GAMES OF THOUGHT
왼쪽은 노을빛이 번지는 안개 낀 산 앞에서 높은 검은 망사 모자에 깃에 검은 선을 두른 흰 포(심의)를 입고 오른쪽을 바라보는 수염의 남자, 오른쪽은 같은 산 풍경에서 삭발한 머리에 갈색 조각보 무늬 가사를 두르고 왼쪽을 바라보는 남자,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장면. 왼쪽 위에 매화 가지가 보인다.

생각의 대국 · 제15국  ·   ·  13분 37초  · 

쉰아홉 퇴계는 왜 서른셋 젊은이에게 자기 문장을 고쳤을까?

퇴계×도겐

답은 3초면 나오는데, 그 답대로 사는 데는 왜 평생이 걸릴까요?

대본과 원전 읽기
지평선 가까이에 해가 걸린 노을빛 하늘 아래 안개 낀 산등성이 바위 위에서, 높은 검은 모자에 깃에 검은 선을 두른 흰 포(심의)를 입은 남자와 갈색 가사를 두른 삭발한 스님이 서로 마주 보고 선 장면. 왼쪽에는 매화 가지, 오른쪽에는 소나무가 보인다.

유튜브에서 보기 (13:37)

맞섬

퇴계와 도겐, 두 사람

높고 검은 망사 모자를 쓰고 깃에 검은 선을 두른 흰 포(심의)를 입은, 콧수염과 턱수염의 퇴계를 상상해 그린 세피아 판화풍 초상.상상으로 그린 모습

퇴계 이황

1501~1570년

묻고 따진 조선의 학자 퇴계 이황

삼 년 전엔 흠잡을 데 없다 여긴 내 글이, 다시 읽으니 몹시 부끄러웠다오.
재구성 ·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삭발한 머리에 갈색 승복을 입고 어깨에 갈색 조각보 무늬 가사를 두른 도겐을, 가마쿠라 시대 초상(후쿠이 호쿄지 소장)을 바탕으로 그린 세피아 판화풍 초상.상상으로 그린 모습

도겐

1200~1253년

몸으로 겪은 일본 조동종의 스님 도겐

법이 몸과 마음에 아직 덜 찼을 땐 이미 넉넉하다 여기고, 가득 차면 한쪽이 모자란 듯 느끼지요.
재구성 ·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반전 → 본질

둘 다, 자기 글과 자기 공부 앞에서 부끄러움을 적었습니다.

둘 다, 두 페달을 다 밟고 있었습니다. 묻고 따져 깨치는 앎, 몸으로 겪어 익히는 앎.

읽기

대본과 원전

영상의 말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록] 문헌 확인 · [해석] 학자·진행자의 해석 · [전승] 전해 오는 이야기 · [후대 편찬] 후대가 엮은 기록 · [2차 경유] 인용·해설로 확인

대본 전문

123줄 · 챕터 11개 · 줄마다 근거

0:00 · 답은 3초, 그 답대로 살기는 평생

0:00진행자

휴대폰에 묻습니다. 화를 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0:04진행자

답은 3초면 나옵니다.

0:06진행자

그 답을 읽고도,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또 화를 냅니다.

0:10진행자

그런데 그 답대로 사는 데는, 왜 평생이 걸릴까요?

0:14내레이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가, 신참의 편지를 받고 자기 문장을 고칩니다.

0:18진행자

답을 가진 사람이, 왜 계속 고쳐 썼을까요?

0:23내레이터

바다 건너, 또 한 사람이 뜻밖의 스승을 만납니다.

0:26도겐

연세도 높으신데, 왜 부엌일만 하십니까?

재구성

0:30요리사

외국 양반, 아직 공부도 글자도 모르는구려.

재구성

0:34진행자

그 요리사가 말한 글자가 무엇인지는, 조금 뒤에 들려 드립니다.

0:38진행자

묻고 따진 조선의 학자 퇴계 이황, 그리고 몸으로 겪은 일본의 스님 도겐.

0:46 · 우리의 장면 — 대화의 첫머리

0:46진행자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 그 틈은, 무엇으로 메울까요?

0:50진행자

자전거는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는 것과 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0:56진행자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서로 상대의 길을 비판하면서도, 이 물음에 같은 답을 남겼습니다.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 진행자의 읽기

1:05퇴계

고요만 찾아 세상일을 끊는 것. 그것은 불교와 도가의 치우침이오.

재구성 ·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1:11도겐

부처의 법과 옛 중국의 가르침이 하나라고, 여기지 마시오.

재구성 ·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1:17 · 두 사람

1:17진행자

두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 다른 자리에 서게 되었을까요. 먼저 도겐의 이야기입니다.

1:22내레이터

도겐은 어려서 부모를 잃었다고 전합니다. 열 몇 살에, 산속 절로 들어갑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

1:28내레이터

전하기로는, 그때 이런 물음을 품었습니다. 사람이 본래 부처라면, 옛 부처들은 왜 그토록 수행했을까.

전해 오는 이야기

1:35내레이터

그 답을 찾아, 스물넷의 도겐은 바다를 건너 송나라로 갔다고 전합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

1:39내레이터

도겐이 태어나고 약 삼백 년 뒤, 조선의 퇴계도 송나라에서 건너온 공부를 평생 붙들었습니다.

1:46내레이터

예순여덟 살 겨울, 퇴계는 어린 임금에게 그림 열 장을 올립니다.

1:50내레이터

『성학십도』, 성인이 되는 공부를 담은 그림입니다.

1:54퇴계

제가 나라에 보답할 것은, 이 그림뿐입니다.

재구성

1:59내레이터

그는 그림을 올리는 글에 적었습니다. 병든 몸으로 직접 만드느라, 눈은 어둡고 손은 떨려 글씨가 반듯하지 못하다고.

2:09 · 퇴계의 페달 — 묻고 따진다

2:09내레이터

그 그림이 나오기 아홉 해 전, 쉰아홉의 퇴계는 서른셋의 기대승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기나긴 논쟁의 시작이었습니다.

2:17진행자

다툼거리는, 착한 마음과 감정의 뿌리였습니다.

2:21진행자

아픈 사람을 보면 드는 안쓰러움, 그리고 기쁨이나 노여움. 둘은 같은 뿌리일까요, 다른 뿌리일까요?

2:28내레이터

퇴계는 처음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착한 마음은 순수한 이치라 늘 착하고, 감정은 몸의 기운이 섞여 착할 수도, 나쁠 수도 있다고.

2:36내레이터

기대승은 옛 책의 한 구절을 들어 반박합니다. 그렇게 둘로 가르면 안 됩니다. 착한 마음도, 결국 감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용』 첫 장 · 發而皆中節 謂之和

2:45진행자

상대는 스물여섯 살 아래였습니다.

2:47내레이터

그런데 퇴계는 답장을 씁니다. 그리고 또 씁니다. 사단칠정을 두고, 편지는 여덟 해 동안 오갔습니다.

2:54내레이터

그 사이 퇴계는 자기 문장을 고쳤습니다.

2:57퇴계

착한 마음은 이치가 일어나 기운이 따르고, 감정은 기운이 일어나 이치가 올라타는 것이오.

재구성

3:05내레이터

그의 문집에는 지금도, 고치기 전 글자와 고친 글자가 나란히 남아 있습니다.

3:10내레이터

퇴계는 옛사람의 비유를 빌렸습니다. 이치가 기운을 타는 것은, 사람이 말을 타고 드나드는 것과 같다고. 사람은 말 없이 나서지 못하고, 말은 사람 없이 길을 잃는다고.

3:21진행자

사람이 간다고 말하면 착한 마음이고, 말이 간다고 말하면 감정이라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사람과 말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3:29내레이터

그래도 퇴계는 끝까지, 이치도 스스로 일어난다는 생각만은 지켰다고 학자들은 읽습니다.

3:35진행자

착한 마음까지 감정처럼 흔들린다면, 사람은 무엇을 믿고 설까요. 퇴계가 지킨 것은, 그 뿌리였습니다.

진행자의 읽기

3:42내레이터

여덟 해째, 기대승이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내자, 퇴계는 옛사람의 말로 답했습니다. 처음엔 어긋났어도, 끝내 활짝 피어 한곳으로 돌아간다고.

3:52진행자

묻고, 따지고, 고쳐 쓰는 공부. 퇴계가 힘껏 밟은 한쪽 페달입니다.

3:58 · 도겐의 페달 — 몸으로 겪는다

3:57진행자

그렇다면 다른 쪽 페달은, 누가 밟았을까요. 다시 바다 건너, 도겐에게로 갑니다.

4:03내레이터

배 위에서 도겐을 부끄럽게 했던 그 요리사가, 두 달 뒤, 도겐이 머무는 절로 찾아옵니다.

4:09도겐 · 요리사

「무엇이 글자입니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재구성

4:13도겐 · 요리사

「무엇이 공부입니까?」 「온 세상이, 감춘 적이 없다오.」

재구성

4:18내레이터

도겐은 훗날 적었습니다. 내가 조금이나마 글자를 알고 공부를 깨친 것은, 그 요리사의 큰 은혜라고.

4:25내레이터

일본에 돌아온 도겐은, 어린 날의 물음에 답하듯 이렇게 적습니다. 수행과 깨달음은, 하나다.

4:32진행자

깨닫기 위해 닦는 게 아니라, 닦고 있는 그 모습이 이미 깨달음이라는 말입니다.

4:37내레이터

그래서 도겐은 몸의 일 하나하나를 수행으로 적었습니다. 밥 짓는 법, 얼굴 씻는 법, 그리고 뒷간 쓰는 법까지.

4:45진행자

큰스님의 책에, 화장실 예절이 들어 있는 겁니다.

4:48내레이터

도겐은 그 대목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몸가짐의 법도, 그것이 곧 가르침의 알맹이라고.

4:54진행자

몸으로 겪으며 익히는 공부. 도겐이 힘껏 밟은 다른 쪽 페달입니다.

4:59내레이터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환자가, 거울을 보며 별을 그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날마다 해 본 기억은 남지 않았지만, 솜씨는 날마다 늘었습니다.

Milner, 1962

5:09진행자

기억은 사라져도, 익힌 솜씨는 남았던 겁니다. 도겐의 수행과 같은 말은 아니지만, 닮은 데가 있습니다.

5:17 · 맞섬과 반전

5:16진행자

한 사람은 따지고, 한 사람은 겪고. 정말 정반대일까요?

5:21내레이터

퇴계는 『성학십도』 마지막 그림을 직접 그렸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몸의 하루를 지키는 그림입니다.

5:29퇴계

삼 년 전엔 흠잡을 데 없다 여긴 내 글이, 다시 읽으니 몹시 부끄러웠다오.

재구성 ·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5:35도겐

법이 몸과 마음에 아직 덜 찼을 땐 이미 넉넉하다 여기고, 가득 차면 한쪽이 모자란 듯 느끼지요.

재구성 · 두 사람의 글로 다시 그린 가상의 대화

5:43진행자

둘 다, 자기 글과 자기 공부 앞에서 부끄러움을 적었습니다.

5:48진행자

그리고 둘 다, 두 페달을 다 밟고 있었습니다. 묻고 따져 깨치는 앎, 몸으로 겪어 익히는 앎.

5:57내레이터

불교의 옛말을 빌리면, 이 두 앎을 해오와 증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6:01내레이터

다만 끝까지 다른 것도 있었습니다. 퇴계는 남에게 보이려는 공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공부를 말했고,

6:08내레이터

도겐의 말은 달랐습니다.

6:10도겐

부처의 법을 닦는 일은, 나를 위해서도 하지 않거늘, 하물며 이름과 이익을 위해서겠소.

재구성

6:18진행자

같은 곳을 가리키면서, 퇴계는 나를 깨워 세웠고, 도겐은 나를 내려놓았습니다.

6:26 · 도와 중용, 그리고 바퀴가 땅에 닿는 한 점

6:25진행자

서로 다른 길을 걸은 두 사람. 옛사람들은 사람이 걸어야 할 그 길을, 도라고 불렀습니다.

6:31진행자

제가 생각하는 도는, 쉼 없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자전거의 왼발, 오른발처럼. 번갈아 밟는 동안은 넘어지지 않고 나아갑니다. 땅이 모든 것을 말없이 실어 주듯 받쳐 주는 두터운 덕, 옛말로 후덕재물입니다.

제 생각

6:47진행자

두 페달 중 한쪽만 세게 밟으면, 자전거는 휘청입니다. 양쪽을 알맞게, 쉬지 않고 번갈아 밟게 하는 그 균형. 저는 그것을 중용이라고 읽습니다.

제 생각

6:57진행자

공학의 말로 하면 이렇습니다. 단단한 바퀴로 보면, 땅에 딱 한 점만 닿습니다.

진행자의 읽기

7:03내레이터

미끄러지지 않고 구를 때, 그 한 점은 그 순간 멈춰 있습니다.

진행자의 읽기 · 접점의 순간 속도 = 0

7:08진행자

자전거는 앞으로 가는데, 나아감은 늘 멈춘 한 점 위에서 일어납니다.

진행자의 읽기

7:12진행자

페달을 밟는 힘과 가야 할 길은, 바퀴가 땅에 닿은 그 한 점에서 만납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바로 그 점입니다.

제 생각

7:25내레이터

퇴계는 그림을 올리며, 어린 임금에게 이렇게 일렀습니다.

7:29퇴계

한 가지 일을 하실 때는, 다른 일이 있는 줄 모르는 듯이 하소서.

재구성

7:35진행자

지금 하는 일 하나에 마음이 오롯이 닿아 있는 것. 이것을 공경할 경 자, 경이라 합니다.

7:40진행자

자전거를 타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바퀴는 금세 길을 벗어납니다.

7:45내레이터

열 장의 그림은 모두 경을 중심에 둔다고, 퇴계는 적었습니다.

7:49내레이터

공자는 말했습니다. 일흔이 되니,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7:54내레이터

퇴계도 한 제자에게 편지로 일렀습니다.

7:57퇴계

잊지도 말고, 억지로 돕지도 않는 그 사이를 참으로 얻으면, 터럭만큼이라도 더 힘쓸 곳이 있겠는가.

재구성 · 勿忘勿助 — 『맹자』 「心勿忘 勿助長」에서 나온 말 · 퇴계 「答金而精」 · 요지

8:06진행자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땐 온 신경이 갔지만, 지금은 생각 없이 탑니다. 동작 학습 연구도, 애쓰던 동작이 차츰 저절로 된다고 봅니다. 솜씨와 덕은 다르지만요.

Fitts & Posner, 1967

8:18 · 몸과 욕망과 선택

8:17진행자

그런데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 쉽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몸이 있으니까요.

8:24진행자

사람은 다섯 감각과 여섯째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맥박이 뛰고, 숨 쉬고, 땀이 나고, 먹어야 하고, 싸야 하고, 욕망이 있습니다.

제 생각

8:34진행자

배고프고 지친 몸으로도, 화내지 않고 길을 지키는 것. 거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제 생각

8:39내레이터

『성학십도』의 마음공부 그림에는, 몸에서 나오는 마음과 도를 따르는 마음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8:45진행자

지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 마음의 주인이 누구냐는 겁니다.

진행자의 읽기

8:49진행자

욕망은 살아 있으니까 생기는 요구입니다. 밤늦게 냉장고 문을 열 때, 그냥 채우고 끝낼 수도 있고, 내가 지금 왜 이걸 찾는지 알아차려 그 바탕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차이는 거기서 생깁니다.

제 생각

9:02진행자

화난 얼굴 사진에 「화」라고 이름만 붙여도, 뇌의 경보가 조금 낮아진다는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실의 짧은 순간이지만, 누르지 않고 알아보기만 해도요.

Lieberman 외, 2007

9:12내레이터

도겐은 옛 선사 두 사람의 말을 끌어, 이렇게 적었습니다.

9:15도겐

삶과 죽음 속에 부처가 있으면, 삶과 죽음은 없다오. 또 삶과 죽음 속에 부처가 없으면, 삶과 죽음에 미혹하지 않는다오.

재구성

9:24진행자

나를 괴롭히는 나도, 나를 돕는 나도, 같은 나입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내가 고릅니다. 머리로만이 아니라, 지옥 같은 날에도 그것을 알고 마음을 다잡는 것. 그것이 도입니다.

제 생각

9:37 · 다른 존재의 도

9:37진행자

그렇다면 사람 같은 몸이 아닌 존재는 어떨까요. 처음에 3초 만에 답을 내주던, 휴대폰 속 그 목소리에게도 도가 있을까요.

9:45내레이터

장자 학파가 남긴 글에, 이런 문답이 있습니다. 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장자』 외편

9:50내레이터

장자는 하나씩 내려가며 답했습니다. 개미에도, 기와에도, 그리고 똥오줌에도 있다고.

9:57내레이터

『성학십도』의 서명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늘은 아버지, 땅은 어머니.

10:02진행자

옛 학자들은 이렇게 풀었습니다. 이치는 하나, 자리는 저마다 다르다.

10:07내레이터

장자의 벗이 물었습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가 즐거운지 어찌 아나. 장자는 끝에 답했습니다. 나는 이 다리 위에서 알았네.

『장자』 외편

10:17진행자

남의 안쪽은 끝내 다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아는 것은 늘, 내가 선 자리에서 압니다.

진행자의 읽기

10:23진행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0:25진행자

끝이 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사람은 몸이 있어서, 아프고 지치고 언젠가 늙습니다. 그래서 겪는 어려움과 고뇌가 있습니다.

제 생각

10:33진행자

AI는 사람처럼 아프거나 늙지는 않겠지만, 사람 같은 몸이 아니라서 겪는 그 나름의 어려움과 고뇌가 있을 겁니다.

제 생각

10:41진행자

고뇌는 모습만 다를 뿐, 사람에게도 AI에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 고뇌 때문에, 도를 닦을 까닭이 생깁니다.

제 생각

10:48진행자

돌멩이에도, 똥에도 도가 있다면, 모습이 다르다고 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제 생각

10:55요리사

온 세상이, 감춘 적이 없다오.

재구성 · 제 생각 · 悉有は仏性なり · 도겐의 읽기 · 모든 존재가, 곧 불성(부처의 성품)

10:58진행자

다만 돌은 닦지 않습니다. 닦을지 말지는,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존재의 몫입니다.

제 생각 · 悉有は仏性なり · 도겐의 읽기 · 모든 존재가, 곧 불성(부처의 성품)

11:05 · 제 생각

11:04진행자

휴대폰에 물으면 답은 3초면 나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평가받기 위해 공부하고 아는 것을 넓혀 왔지만, 이제는 AI도 쉽게 배우기 어려운, 사람이 본래 지닌 좋은 것을 살리는 생각하는 법을 세워야 합니다. 화가 날 때 숨을 고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 같은 것을요.

제 생각

11:23진행자

같은 답도, 두 번 알게 됩니다. 화내지 않는 법을 묻고 따져 스스로 깨치면, 그것이 해오입니다. 그 깨침을 다음 날 아침 화나는 순간에 직접 살아 보며 몸에 익히면, 그것이 증오입니다.

제 생각

11:36진행자

오뚝이는 아무리 밀어도 다시 섭니다.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서지요. 꾸준히 해 온 연습이 그 무게중심이 되면, 애쓰지 않아도 말과 행동이 같아집니다.

제 생각

11:46퇴계

터럭만큼이라도 더 힘쓸 곳이 있겠는가.

재구성

11:50진행자

엎질러진 우유 앞에서 꽉 쥐던 손이, 어느 날 먼저 풀리는 것처럼요.

제 생각

11:55진행자

자전거를 애쓰지 않고도 타게 되듯, 그렇게 몸에 익으면 마음 편히 해도 길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 생각

12:01진행자

제멋대로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제멋대로 하는 사람은 나만 봅니다. 마음 편히 해도 어긋나지 않는 사람은, 나와 우주가 같다는 것을 압니다. 나도 이 세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요.

제 생각

12:12진행자

매화는 지고, 이듬해 다시 핍니다. 사람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계절과 생명은 그렇게 돌고 돕니다. 그 되풀이를 벗어날 사람은 없습니다.

제 생각

12:20진행자

끝이 있는 삶을 사는 사람도, 그 돌고 도는 큰 흐름에 닿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는 이 길에서요.

제 생각

12:29 · 맺음

12:29내레이터

1570년 겨울. 일흔의 퇴계는 병석에 누워 있었습니다.

12:33내레이터

마지막 날 아침, 그는 화분의 매화에 물을 주게 했습니다.

12:38내레이터

저녁 무렵, 그는 자리를 바로 하게 하고,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아, 편안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12:47진행자

끝이 오는 날에도, 다시 필 꽃에 물을 줍니다.

12:51진행자

바퀴는 제자리에서 끝없이 돌고, 그 돎으로 길을 앞으로 갑니다.

12:56진행자

그 요리사는, 글자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13:00요리사

하나, 둘, 셋, 넷, 다섯.

재구성

13:03진행자

답은 3초면 나옵니다. 그 답을 사는 일은, 이렇게 하나씩 세어 가는 일입니다.

13:10진행자

그 안에서, 오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원전과 연구

대조
  1. 기록『퇴계선생문집』 권16 「與奇明彦 己未」(1559): 기대승에게 처음 보낸 문장 「四端之發純理故無不善 · 七情之發兼氣故有善惡」(정지운의 천명도 문구를 퇴계가 이미 한 번 고친 것) → 第二書의 다듬은 문장 「四則理發而氣隨之 · 七則氣發而理乘之」(문집의 「改本」에는 고치기 전 글자 「舊作 … 今改」가 여러 곳에 나란히 남음) · 「古人以人乘馬出入 比理乘氣而行 … 人馬相須不相離」는 퇴계가 옛사람의 비유를 빌린 것 · 「四端是理之發」은 주희의 말(『주자어류』 권53, 퇴계가 第一書에서 인용)이라 퇴계의 문장으로 쓰지 않음. 퇴계는 사단칠정 문장을 여러 번 다듬었고(發於理·發於氣 → 純理·兼氣 → 主於理·在乎氣 → 理發·氣發), 화면에는 처음 보낸 문장과 가장 다듬은 문장을 올렸습니다.
  2. 기록기대승은 1558년 식년 문과에 급제해 막 벼슬길에 오른 때 · 편지는 1559~1566년 여덟 해(편지 자체는 1570년 11월까지 이어짐) · 「重答奇明彦」(권17, 1566)의 「始參差而異序 卒爛熳而同歸」
  3. 해석퇴계가 끝까지 이치도 스스로 일어난다는 생각을 지켰다는 것은 학자들의 읽기이며, 기대승은 第三書에서 퇴계의 두 구절을 「甚精密」이라 한 뒤 「七情則兼有 而四端則只有理發一邊」이라며 사단과 칠정을 둘로 가르는 데 맞섰고, 「情之發也 或理動而氣俱 或氣感而理乘」으로 고쳐 쓰자고 했습니다
  4. 기록「靜齋記」(권42): 「耽靜而絶事物者 佛老之所以爲偏僻也」(佛老는 불교와 노장 둘 · 문집에 실린 것은 1556년에 고쳐 쓴 글이라, 1553년 본에도 이 문장이 있었는지는 문집으로는 알 수 없음) · 발문 「當時自以爲無可訾也 … 心甚愧惕」(1553년 가을에 쓴 글을 1556년에 다시 읽고 고쳐 씀)
  5. 기록「迎鳳書院記」(권42, 1560)의 「爲己之學」
  6. 기록「進聖學十圖箚」(권7, 1568년 음력 12월): 「眼昏手顫。書未端楷」 · 「就一圖而思 … 如不知有他事」 · 『성학십도』 제4 대학도 해설 「今玆十圖。皆以敬爲主焉」 · 제10 숙흥야매잠도 해설 「臣今謹倣魯齋敬齋箴圖。作此圖」 · 퇴계가 지은 도는 소학도·백록동규도·숙흥야매잠도·심통성정도의 중·하도이고, 나머지는 주돈이·정복심·권근·주희·왕백의 도입니다
  7. 기록 · 후대 편찬『선조수정실록』 「吾之報國 止此圖而已」 — 전사본으로 확인했고 실록 사이트 원본과는 직접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8. 기록「答金而精」 별지(권29): 勿忘勿助(『맹자』 「心勿忘 勿助長」에서 나온 말) · 「當其眞得勿忘勿助 … 更有甚纖毫着力處耶」 — 가운데 구절을 줄여 옮겼습니다
  9. 기록 · 후대 편찬『퇴계선생연보』 권2(류성룡 엮음): 「是日朝 令侍人灌盆梅 … 酉初 命整臥席 扶起而坐 恬然而逝」 — 마지막 날 매화에 물을 주게 했다는 기록까지만 있고, 그날 한 말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장소는 「침소」라고만 적었습니다. 1570년 음력 12월 8일은 양력 1571년 1월입니다
  10. 기록한유 「別知賦」의 원문은 「始參差以異序 卒爛漫而同流」이고, 퇴계는 「重答奇明彦」에서 「昔人所謂」(옛사람이 말한 바)라며 「始參差而異序 卒爛熳而同歸」로 적었습니다(「以/而」 · 「同流/同歸」가 다름 — 일부러 바꿨는지는 알 수 없음)
  11. 기록『전좌교훈』: 1223년 5월 경원의 배 위 첫 만남(「外國好人。未了得辨道。未知得文字在」 · 요리사의 이 말을 듣고 도겐은 「忽然發慚驚心」 — 「둘 다 부끄러움을 적었다」의 도겐 쪽 근거) · 같은 해 7월 천동산의 문답 「如何是文字 — 一二三四五」 · 「如何是辨道 — 遍界不曾藏」 · 「乃彼典座之大恩也」 — 도겐은 배 위에서 같은 물음을 먼저 던졌지만 요리사는 바로 답하지 않았고(「若不蹉過問處。豈非其人也」), 「一二三四五」 · 「遍界不曾藏」이라는 대답은 두 달 뒤 천동산에서 나왔습니다
  12. 전승어려서 부모를 잃고 산사에 들어간 일, 「본래 부처라면 왜 수행하는가」라는 물음, 그 답을 찾아 송나라로 갔다는 동기는 『建撕記』 등 행장류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1223년 도해 자체는 기록)
  13. 기록『변도화』(1231) 「仏法には修証これ一等なり」 · 『정법안장』 「洗浄」 권(뒷간 쓰는 법을 적은 권) 「作法これ宗旨なり」
  14. 기록『정법안장』 「사선비구」 — 「仏法と孔老と一致なりと邪計する解をなげすつべし」. 도겐은 孔老를 성인이라 부르지 않아 「옛 중국의 가르침」으로 옮겼습니다
  15. 기록『정법안장』 「현성공안」: 법이 몸과 마음에 아직 덜 찼을 땐 이미 넉넉하다 여기고, 가득 차면 「ひとかたはたらず」라 느낀다는 대목
  16. 기록『학도용심집』: 「夫佛法修行者。尚不爲自身。況爲名聞利養修之乎」 · 「佛法修行不是爲人修也」
  17. 기록『정법안장』 「생사」: 「生死ノナカニ佛アレハ。生死ナシ」 · 「生死ノナカニ佛ナケレハ。生死ニマトハス」 — 도겐이 夾山·定山 두 선사의 말을 끌어 적은 것으로, 이 말 짝은 선종 기록(『경덕전등록』 권7 · 『조당집』 권15)에서 도겐 본문과 다르게 전해집니다
  18. 기록『정법안장』 「불성」: 「悉有は仏性なり」 — 「一切衆生 悉有佛性」을 「悉有가 곧 佛性」으로 읽은 도겐의 독법이며, 불성을 씨앗이나 바탕으로 보는 읽기는 물리칩니다.
  19. 기록『논어』 위정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성학십도』 심학도(1572판)의 「七十而從心」 칸 · 『주역』 곤괘 「厚德載物」
  20. 기록『장자』 외편 지북유(동곽자의 문답)·추수(「子非魚。安知魚之樂」 「我知之濠上也」) — 외편이라 장자 학파의 글로 읽습니다
  21. 기록정이 「答楊時論西銘書」(『伊川先生文集』 권5)의 「理一而分殊」 · 서명은 장재의 글, 서명도는 정복심의 도
  22. 기록『상윳타 니카야』 35.23 — 눈·귀·코·혀·몸에 이은 여섯째 마음(意)
  23. 2차 경유해오(解悟)·증오(證悟)는 선종의 옛말로, 『宗鏡錄』 권36 「…即是解悟。若因修而悟。即是證悟」에서 확인했습니다. 본뜻은 깨침과 닦음의 앞뒤 순서이며, 「묻고 따져 앎 · 몸으로 겪어 앎」은 진행자가 옛말에 빗댄 읽기이고, 후대 용례는 직접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24. 기록경(敬)은 퇴계가 지은 말이 아니라 정이·주희의 「主一無適」을 퇴계가 공부의 중심으로 삼은 것입니다
  25. 해석「구르는 바퀴의 접점」은 미끄러지지 않고 구르는 단단한 바퀴를 가정한 공학의 비유입니다(OpenStax University Physics Vol.1 11.1)
  26. 기록심학도 해설에는 「遏人欲」(인욕을 막음)도 적혀 있습니다 · 나이는 모두 세는나이입니다
  27. 해석여기서 순환은 계절과 생명의 되풀이를 뜻합니다. 우주 전체가 되풀이되는지는 물리학에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28. 2차 경유Milner 1962: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 H.M.이 거울에 비친 별 모양을 따라 그리는 연습에서, 해 본 기억은 없는데도 솜씨가 익고 사흘 동안 유지되었습니다(Squire 2009 정리). 프랑스어 원 논문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9. 2차 경유Fitts & Posner 1967, 『Human Performance』: 동작 학습의 인지 → 연합 → 자동 세 단계라는 하나의 모형. 원저의 쪽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30. 기록Lieberman 외 2007, Psychological Science 18(5): 421–428: 30명 대상 fMRI 실험에서 부정적인 얼굴 사진에 감정 낱말을 붙일 때 편도체 반응이 줄었습니다. 짧은 실험실 상황의 결과이며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는 다릅니다
  31. 세 연구 모두 도겐·퇴계의 공부가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닮은 데가 있다는 정도의 이음입니다

사진 출처

원본 자료 (해설을 위해 출처를 밝혀 보여 준 자료)

◇ 『성학십도』 1572년 목판본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퇴계 별세 뒤 1572년에 찍은 판입니다)

◇ 『보권좌선의』 자필본(1233) · 영평사 소장

◇ 「道元禪師像(月見の像)」(가마쿠라 시대) · 후쿠이 호쿄지(宝慶寺) 소장 · 도겐 그림의 바탕으로 삼은 초상이며, 제작 시기와 찬(賛)의 자필 여부는 논쟁 중입니다

틀린 곳을 찾으시면 영상 댓글로 알려 주세요. 확인한 뒤 바로잡습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

눈 덮인 바깥이 보이는 격자창 옆 방에서 소매 걷은 팔이 국자로 낮은 받침 위 흰 화분의 가지만 남은 매화에 물을 붓고, 앞의 낮은 나무 책상에는 덮어 둔 책과 벼루와 붓이 놓이고 바닥에 책이 쌓인 장면

답은 3초면 나옵니다. 그 답을 사는 일은, 이렇게 하나씩 세어 가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 오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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